처음처럼... 바느질 일기





이제서야 옷들을 정리했다.
첫번째 패턴북 작업할 때 만들었던 옷들,
세번째 패턴북때 만든 옷들,
그리고 홈페이지 오픈 초창기에 만들었던 옷들...
몇년동안 박스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 있던 옷들을 꺼내
하나하나 먼지를 털고 비닐 커버를 씌워 걸면서
이 옷들을 만들었던 때, 마지막 다림질을 해서 걸던 그때
를 생각했다.

가을이 시작될 즈음,
여기저기에서 일에 대한 제의들이 많았다.
몇군데의 출판사로부터 새로운 책 제작에 대한 제안이 있었고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었고,
또 몇군데의 문화센터에서 강의요청 전화도 걸려 왔었다.
그런 제의들을 모두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건...

더이상 바느질이 즐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다른 이에게
바느질이 즐겁다고 말해줄수는 없었다.

한동안 그랬던 마음이,
이 옷들을 정리하면서 함께 정리가 된다.

지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재봉틀,
방한켠에 쪼그리고 앉아 아랫층의 소음을 염려하며 만든 이 옷들이
지금 만들어 내는 옷들보다
더 잘 만들어졌던건,
이 옷들을 만들때,
내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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