삯바느질의 추억 바느질 일기
2006.03.30 15:51 Edit
얼마전, 친정어머니 칠순이라 대구친정에 내려갔다 왔다.
10년 묵은 우리 똥차, 차들이 날라 댕기시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기 안죽게 할려고 열나 밟아대서 과속카메라에 장난아니게 찍혀 주시고...
눈치 없는 미노, 대구에서 만난, 지 아빠한테 그 사실을 마구 불어대서
구박 장난 아니게 또 당해주시고..- -a
여튼.. 친정집 안방에 들어서니 이 물건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내 아주 어린 기억부터 존재하던 엄마의 재봉틀.
지금은 앉은뱅이 재봉틀로 성형을 했지만
그땐 문이 달리고 재봉틀 머리가 틀안으로 꺾여 들어가도록 생겼던 발틀.
동생이랑 숨바꼭질할땐 그 재봉틀 문안에 간신히 숨기도 했고,
엄마 몰래 돌려보다가 밑실 다 엉키게 해서 혼나기도 했고,
또 좀더 커선 이 재봉틀로 내옷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실밥을 잘라주는 시다노릇도 즐겁게 했었다.
한동안 바느질을 안하시더니 뭔바람이 부셔서 다시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하신걸까?
이젠 노루발에 녹이 설어 있고,
실도 달랑 몇가지뿐, 쵸크도 없이 싸인펜으로 재단을 하셨나보다.
재봉틀 옆엔 지난번 작업실에 오셨을때 가져가셨던
원단으로 만들고 계신 후드조끼.
지난번에 오셨을때 후드조끼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드렸었는데
그걸 하나 더 만드실 생각이셨나보다.
후드부분이 잘 안되셨는지 뜯다가 밀쳐 두셨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뭐하러 만들고 있어요? 그냥 사입고 말지" 소리가 나와 버린다.
바느질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나.
왜 속이 상한걸까?
스스로도 의아하다.
근데... 솔직히 그랬다.
그냥 사입고 말지, 옷이 없으신것도 아니고..
뭐하러 웅크리고 앉아 재봉틀 돌린다고 이러고 계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 참 웃긴다..' 싶어 웃음이 피식 나왔다.
다음에 올때 내가 쓰던 가정용 재봉틀이랑 부자재들
다 챙겨서 갖다 드려야겠단 생각은 맨마지막에야 겨우 들었다.
내 남편도 마찬가지지만,
바느질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중 하나가
남편이나 친정 엄마가 "왜 그걸 하고있어?" 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다른 취미생활들은 안그런데..
다른건 그저 여유있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고..
왜 바느질만은 유독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걸까?
그건 어쩜 우리의 오래된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삯바느질의 기억은 아닐까?
전생에 삯바느질로 식구들을 먹여살리던 가난한 촌부이거나
그 어미를 지켜보고 살았던 코찔찔이었거나..
그런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어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가슴한쪽이 서늘해 지는것이 아닌지...
아, 물론 그런 생각이 안드는 사람은 왠지 경복궁이 내집 같고
민속촌을 가도 민가보단 99칸 집이 더 땡기는 그런 사람일거란 추론 가능.
그럼..
역시 난 등잔불 아래 쭈그리고 앉아 밤새 옷을 꿰메던 그 아짐? - -;;
Comments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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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바느질에 매료 되셨나보네요~서서히..매료 되는 줄도 모르게 ..
저희 친정어머니도 문달리고 ,발로 밟는 재봉틀이 있었지요. 얼마전 아버지가 손수 가져가 모터를 장착해 오시기 전까진 말입니다~저도 재봉틀 하는 엄마모습을 보며 바느질이 배우고 싶었나 봐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전염(?)이... 근데 또 이것이 한번 감염 되면 고칠 방법도 없고...계속 다른사람에게 전염시키지요 ~조이님도 공범입니다!!!
아버지가 고쳐오신 재봉틀이 좀 편해진건 있지만 전 왜.. 그 전 모습이 더 그릴울까요?추억이 있어서일까요? 아님..그냥.. 옛것에 대한 향수일까요? -
제 친정에는 아직도 발틀이 있지요. 엄마가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하신 재봉틀을 택시 기사가 가지고 튀는 바람에 다시 장만하신 그 재봉틀... 우리들 옷 보다는 주로 이불을 많이 만드신 기억이 납니다. 종가집이다보니 이불이 많이 필요했지요.
제 친정 엄마도 제가 바느질 하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싼 값에 많은 걸 살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바느질 배우고 바지 하나를 만들어 드렸을 때, 그걸 마르고 닳도록 입으시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살이 좀 찌셨을 땐 손수 고쳐입으시고...
제 딸도 이제 슬슬 엄마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어쩜 제 딸의 딸도 그럴지도 모르지요...
바느질. . . 계속 되지 않을까요? -
맨 처음 바느질에 관심을 가졌을때 사촌올케언니가 친정어머니가 쓰시던거데 가지라고 위와 같은 미싱을 줬더랬죠. 난 싱거3860에 관심을 가졌던터라 너무 고물같아서 싫다소리도 못하고 받아뒀다가 친정어머니가 나중에 언제치웠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는데... 지금은 원하던 3860을 가졌음에도 예전에 천대하던 옛미싱이 얼마나 가슴시리도록 그리운지 몰라요.
요즘 시간이 없어서 바느질을 많이 못하는데 오히려 제 남편은 제가 미싱돌리는걸 무척이나 좋아한다죠. 너무 안한다 싶으면 왜 안하냐고 그러고 오버록이 필요하다고 하니 제가 망설이는데도 먼저 사라고 재촉해서 사주고 언젠가는 저의 꿈의 미싱인 파프도 사주겠다고 하네요.형편도 안되는데 제가 말리고 있어요.이게 왠 갑자기 남편자랑...
그럼 우리남편은 99칸에 살던 그선비의 자손???
남편의 꿈은 제가 만든옷 한번 얻어입는거. 그런데 전 그 흔한 티셔츠한번 안만들어주고 애들옷만 만들어대고 있답니다.^^
전 딸애가 조금 더 크면 바느질하는 법,아니 손수만들어보는 재미, 기쁨을 꼭 가르쳐주고싶답니다.
조이님 글 읽으면 한쪽 가슴이 짠~ 합니다. -
친정에 있었죠..재봉틀이 꺾여 들어가는...
예전엔 그 재봉틀 소리가 참 무서웠어요...어찌나 빨리 돌아가던지...
지금은 봉틀이 좀 만진다고 옛날 재봉틀이 어쩜 그리도 느려 터졌는지...^^
이젠 그 봉틀이도 옷을 갈아 입었어요... 몸체는 시커먼스인데 집은 새하얀 브라더죠...^^
친정엄마 제가 아이옷 만든다고 하면 "그냥 사입혀라.. 얼마든다고.." 하시죠
저 어릴땐 거의 엄마가 만들어 주셨거든요....
옷가게 가서 디자인만 보고 와선 제가 맘에 든다는옷을 만들어 주셨죠
취미가 아닌 형편상 어쩔수 없이 만들어 입히셨던것 때문에
그토록 재봉틀을 못만지게 하신건 아니였나 싶어요
이젠 옷 만든다는 얘기 안하고 잘 만들었다 싶은 옷을 애들 입혀가서는
"우리 애들은 옷을 사입힐수가 없어 특이 체형이라...옷이 저리 보여도 명색이 맞춤 명품이다?!!!
세상에 한벌 밖에 없는 엄마표 명품!!!!"
그러면 친정엄마도 웃으시면서 "예쁘네.."하시죠
앞으로도 명품을 강력히 주장하며 쭉~ 봉틀이를 돌릴랍니다. *^^* -
친할아버지가 명동에서 날리던 양복쟁이셨데요. 그당시에 대한항공 기장들이랑 스튜어디스들 옷 만들고, 공장비스무레 하게 있어서 작은아빠랑 고모가 거서 일도 하고 그러셨다네요. 돈 수억 버셨다는데..
그돈 다 어쩌셨냐구요? 음..할아버지가 본마누라(울아빠의 생모) 버리고 새마누라 얻어 사셨는데..그쪽 자제들이 전부다~십원한장 안 남기고 다 말아드셨어요. 그래서..아버지는 추억도 싫어하셨는데..지가 미싱질 하는걸 보고는...목메어 하시더라구요...그게..부모인가 싶기도 하고...그랬어요..으흥...
지금은...미싱이가 울고있죠..ㅋㅋㅋㅋ....만져달라고...ㅋㅋㅋ -
누구나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나봅니다.
할머니의 아주 오래된 재봉틀과 그것보다 좀더 신형인 재봉틀,
이렇게 두대가 다락과 작은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을 초등학교 때
아무것도 모르고 발질을 하다가 고장 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태어났을때 입었을, 바둥바둥 빨아대다 흘린 누런 엄마의 모유 자국이
누럿게 찌들여 있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배넷저고리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그리 꼼꼼하게 잘 만드셨을까~
옷 만드는 법을 배옷것도 아닐테고
당연히 패턴도 없을것이고
싹뚝싹뚝 가위질 몇번과
발질만으로 만들어 주신 저고리.
가슴이 져며 옵니다. -
새벽 4시가 된줄도 모르고 조이님 다이어리에 심취해 있었네요 ^^
친정이 대구세요? ㅎㅎㅎ 저도 대구 산답니다~ ㅎㅎㅎㅎ
오늘 그토록 갈망하던 미싱을 손에 넣었어요
이 벅찬 기분이란~~
저희 친정 엄마도 평생을 미싱과 함께 하셨죠
그래서 제가 미싱 사는걸 굉장히 싫어하시고 반대 하셨답니다
오늘도 열심히 미싱 연습하고 있는데 전화 오셔서는 "실은 끼울줄 아나?"ㅎㅎㅎ
미싱 주문해 놓고 엄마한테 좀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은맘이 굴뚝 같았으나 꾹 참았지요
제가 미싱붙들고 씨름하시는거 보면 속상해 하실거 같아서 ㅎㅎ
근데 저는 우리 두 공주가 조금더 자라면 옷이며~소품이며~같이 만들었으면 좋겟네요 -
칠순의 노모 그리고 그 노모를 바라보는 조이님의 애잔한 시선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예순도 못맞으시고 내 곁을 떠나야했던 나의 엄마도
그리고 엄마가 쓰시던 머리가 틀 안으로 들어가게 꺾이던 재봉틀도 이제는 없습니다만
우릴 위해 뜨게질하고 재봉질했던 엄마의 모습들은 마치 엄마 사랑에 대한 대표적인 영상으로 자리잡아 있는듯 합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직장 다니며 아이가 어려 시간또한 제대로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엄마의 모습이 엄마 품안에 있던 때가 너무 그리울때
그리고 그런 사랑 나또한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단 생각이 강렬해질때 나도 모르게 재봉틀을 잡게되는것 같습니다.
물론 전 아직 너무나도 초보라서 만들 줄 아는게 없지만 말이죠..
엄마 살아생전에 그런 재주라도 배워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참 많답니다.
엄마! 이렇게 목이 메는 그리운 존재라는걸 좀 일찍 알았더라도..
조이님 글에 엄마 생각이 나 눈물 삼키게되는 그런 아침입니다. -
처음으로 들렀는데- 참 따뜻하고 정감가는 홈페이지랄까요ㅎㅎ
글 잘봤습니다.^ ^
저희 할머니의 오래된 미싱이 생각나네요.
패달도 달지 않고 손으로 돌려야 했던 녹이 슬고 먼지가 끼인 미싱-
아버지가 사다드렸던 그 미싱을 제가 사용하였는데-
몇달 전 이사하면서 놔두고 와버렸어요-
다시 찾으러 갔는데 누군가 들고 가버렸나봐요
좋은 기능의 새로운 미싱이 있어도 웬지 허전한 기분이 들어요.
아마 할머니의 손때 묻은 낡은 미싱에는 제가 모르는 추억들이 많이 들었겠죠.
할머니가 그립네요.
괜히 감상적이게 되네요..^ ^
앞으로 자주 들러야 겠어요// -
그러게요..다들 집집마다 친정엄마의 재봉틀이 있었던 모양이네요..저희집도 진짜 옛날 것이 있었는데 엄마가 앉아서 하는것으로 개조를 하셨더라구요. 작년쯤 미싱다리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는것을 보고 아깝다고 생각했는데...지금 제가 재봉틀 돌려 딸래미 옷만든다고 하면 울 엄마..딸래미 하나 있는것 이쁘게 사입히지..왜 허리아프게 그것 돌리냐고 뭐라고 하십니다..엄마는 애들 옷값이라도 어찌 줄여보려고 이리 저리 자르고 줄이고 만들고 하셨지만 지금 너네는 뭐가 부족해서 그러시냐고..
그럼 전 제 취미라고하죠..그래도 재봉틀앞에 앉아있으면 신랑이 싫어해요..울 신랑도 그런 이유인지.그냥 사입히지..그럽니다..그래도 전 딸래미 옷만들어 주는것이 넘 즐거운것을 어쩝니까?
울 엄마 미싱도 제가 찜해놨어요..ㅋㅋ 나중에 울 엄마 생각하면서 두고 두고 간직하고싶어서요. -
울 엄마도 그러시는데...결혼전에 다니던 사무직을 그만두시고 여자가 평생할 수 있는 일을 하신다고 수예점을 차리시고, 결혼하시면서 지금 사는 곳에 수예점 물건 다 끌고 와선 가게도 다시 차리고...하여간 20년은 수예점을 하셨지요. 사실 가게가 넘 바쁘고 잘 되어서 집도 여러 번 바꾸고 그 당시 최고 잘나가던 자리에 가게도 낼 정도였지만, 저랑 제 오빠, 동생은 얼굴도 마주할 시간도 없이 키우고 고생도 많이 하셔서 인지 저 역시 그걸 좋아한단는 걸 아시면서도 제가 무언가 작업을 할때 우리집에 들르시면 한숨을 쉬신답니다. 그래도 제가 전공한 공학공부보단 이게 더 좋고 즐거운 걸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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