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분 토마토주스 사소한 것

나는  토마토주스에 트라우마가 있다.


예전 대학 1학년인가 2학년때,

간호대학 다니던 친구가 교수님 부탁으로 알바 같은걸 한 적이 있다.

정신과치료받는 우리또래 남학생이랑 일주일에 한번인가

만나서 친구처럼 지내주는 그런 알바였던것같다.(기억이 가물가물)


어느 날, 그 남학생이랑 또 다른 친구랑 넷이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남학생이 맛난거 사주겠다고 

그당시 우리로선 한번도 가본적 없던 이탈리안레스토랑에 우릴 델구 갔다.


어리버리한 우리..

뭘 시킬지 몰라 어버버 하고 있으니까

그 남학생이 토마토주스를 시켜줬다.

하얗게 각이 잡힌 테이블위에 놓인 토마토주스를 한모금 마시고

우리 셋, 일제히 

"우웩~ 이거 토마토 케챱 물에 푼건데??" 했더랬다.

토마토주스를, 그것도 이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한번도 마셔 본적 없는 우리.

토마토주스가 원래 이런 맛인지 아닌지.. 한참 설왕설래 하고 있으니까

그 남학생, 너무 당황스러워하면서 

우리 앞에 놓은 주스를 한잔씩 한잔씩 네잔을 모두 다 마셔버렸다.

"맛있는데? 맛있는데?" 하면서..

그때 아.... 하고 뒤늦은 후회.


레스토랑을 나오면서도 '토마토주스 너무 맛있었다' 고 계속 말하는 남학생을 보면서

너무나 미안했었다.

어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말을 뱉은건지

내 입을 쥐어 박고 싶을 뿐...

그날 이후로 토마토주스만 보면 그때 그날이 생각나고

토마토주스는 못먹게 되었었는데...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저수분 토마토'라는 것.

우리식구들은 비타민이나 영양제나 보양식 뭐 그런걸 안먹는다.

단지 게을러서.. - -;;

그래도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뭐라도 챙겨먹어야할것 같아서 선택한게 토마토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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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를 씻어서 두터운 냄비에 넣는다.

(얇은 냄비는 안된다고 함.)

이건 깜빠리토마토라는 것.

토마토라면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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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것도 안 넣고(물도 안 넣음) 뚜껑 덮어서 아주아주 약한 불에서

40분정도 익힌다.

난 저녁에 운동하고 집안 정리한 다음에 씻으러 들어갈때 

이렇게 올려 두고 알람 맞춰둔다.

그럼 씻고 나와서 좀있으면 바로 불끄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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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분 정도 지나면 이런 모습.

그냥 갈아도 된다는데 남편이 껍질땜에 안먹는다고 버틸까봐

젓가락으로 껍질은 떼어낸다.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도 껍질이 잘 떨어져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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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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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아침 올리브유 반스푼정도 같이 넣어서 갈아마신다.


난 먹기싫고 남편만 꼬드겨서 먹일 생각으로 시작한건데

토마토주스 트라우마가 있는 나도 챙겨 먹을 만큼 

먹을수록 고소하고 맛있다.

토마토주스 진저리치던 남편도 아침에 이거 안 챙겨주면 삐침.


이제  이런 것도 챙겨 먹어야할 나이.


남편이 요즘  하는 말이 있다.

" 이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한사람이 어느 날 훅가면,

혼자서도 잘먹고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둬야징~"


근데

왜... 둬야지. 가 아니고 둬야징~ 인걸까???....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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